제가 우리 교회에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우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 한 분이 한국에 잠시 다녀오면서 한국에서 세례를 받고 온 적이 있습니다. 한 청년이 자신은 한국에 가서 세례를 받았다고 이야기해서 놀랐던 기억도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교회는 다른 교회에 비해 세례를 받는 절차가 조금 더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세례를 받을 사람들을 모아 일정 기간 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특별한 교육 없이 세례 당일에 서약하고 목사님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면 세례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에서는 세례를 어떻게 진행할까요? 먼저 예수소개모임에 참여한분들에게 예수님을 믿음으로 영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미 예수님을 믿는 분들에게는 구원의 확신을 갖도록 돕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을 믿고 영접한 분들에게 세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세례를 받기로 한 분들은 세례식에서 자신이 예수님을 믿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고백하고, 앞으로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와 주님으로 섬기며 살아가겠다는 결단을 담아 신앙 간증을 합니다. 이어서 세례 서약을 하고 교회가 세례를 베풉니다. 마지막으로 세례 받은 분이 교회의 회원교인이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세례 받은 분을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며 이름을 각각 불러주고, 교회 식구들과 목장 식구들이 함께 축하합니다. 꽃다발과 선물을 전하고, 목자를 중심으로 함께 기도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세례를 위해 교회 공동체가 함께하는 데에는 적게는 10분, 많게는 1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우리 교회의 세례식이 다른 교회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세례를 받는 한 사람에게 많은 관심과 시간을 집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례를 받는 분은 자신의 신앙을 직접 간증해야 하고, 온 교회는 한 사람의 세례를 위해 함께 마음을 모아 축하하고 기뻐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 앞에 서서 자신의 신앙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두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우리 교회의 세례 절차가 다소 까다롭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왜 이렇게 세례식을 진행할까요? 세례 절차를 일부러 까다롭게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고, 단순히 가정교회이기 때문도 아닙니다. 제가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세례식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교회가 세례식에 조금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세례를 받는 사람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서 오신 어느 집사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있었던 일입니다. 그분은 자신이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집사가 되려면 세례를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세례를 받으셨느냐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교회에 출석한 지 1년이 되자 세례를 받으라고 해서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세례식 때 목사님이 서약을 물으면 몇 번 “예”라고 대답하면 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교회에 다니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자 집사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임명 받아 그렇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세례식에서 하는 신앙간증은 세례를 받는 사람에게 매우 유익을 줍니다. 신앙 간증은 다른 사람이 대신 작성해 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예수님을 믿음으로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이제 예수님을 구주와 주님으로 섬기며 살아가겠다는 결단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과 언어로 자신의 믿음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야 말로 믿음의 어려움과 시험이 찾아올 때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지켜 나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또한 간증을 준비하는 과정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됩니다. 예수님을 어떻게 만나고 믿게 되었는지 되돌아보면서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 어떤 믿음의 삶을 살아갈 것인지 결단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신앙을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경험은 앞으로 세상에서 예수님을 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믿음을 다른 사람 앞에서 고백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어려운데, 어떻게 아직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한 번 자신의 신앙을 정리하여 고백하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믿음과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담력을 얻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교회 공동체에도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세례받는 사람이 하는 간증은 세례받는 당사자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믿음을 가지고 있는 회원교인들에게도 신앙적으로 큰 유익을 줍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고 믿음을 갖게 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역시 처음 예수님을 믿게 되었을 때의 경험과 하나님께서 우리 삶 가운데 행하셨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때로는 익숙해진 신앙생활 속에서 처음 가졌던 감사와 감격을 잊고 살아갈 때가 있는데, 새로운 가족의 간증은 우리에게 믿음의 첫 마음을 되찾게 해 줍니다.
한편, 세례는 한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교회 공동체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자리입니다. 동시에 교회는 그 사람의 신앙고백을 듣고 그를 자신의 영적인 형제와 자매로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받아들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세례받는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의 가족이며 교회의 한 지체라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교회 공동체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며, 그 사람이 믿음 안에서 잘 성장하도록 기도하고 도와야 할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므로 세례는 한 사람의 신앙고백으로 끝나는 개인적인 행사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하나님의 가족이 되는 것을 온 교회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자리이며, 그 사람이 믿음 안에서 성장하도록 함께 기도하고 믿음의 여정에 동행하겠다고 다짐하는 공동체의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 사람의 세례는 세례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를 맞이하는 교회 공동체 모두에게 은혜와 기쁨이 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