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 6시부터 8시까지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늘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전날 늦게까지 사역을 하거나 몸이 많이 지친 날에는 가끔 집에서 조용히 기도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능한 한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사실 집에서 혼자 기도하면 훨씬 편합니다. 개인 기도장소인 커피하우스에서 조용히 하나님과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편안함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은혜가,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자리에는 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 오늘도 누군가 조용히 기도하러 오지 않을까?’ 그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교회 문을 열어 두어야 한다는 마음이 저를 이불 밖으로 이끌어 냅니다. 혼자였다면 “오늘 하루 쯤은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달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기도하기로 한 작은 약속이 오히려 저를 붙잡아 줍니다.
신기하게도 그 매임이 저를 자유롭게 합니다. 하나님께 묶여 있는 삶은 자유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느슨해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은혜인 것입니다. 그 작은 부담이 오히려 저를 하나님께 더 가까이 이끌어 주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목회자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평신도로 하나님을 섬겼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영혼을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은 훨씬 가벼웠을 것이고, 삶도 조금은 더 편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부담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부담을 통해 제게 주신 예상하지 못했던 축복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는 매주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교는 저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피곤해도, 바빠도 다음 주로 미룰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성경을 펼치게 되고, 말씀을 묵상하게 되며, 그 말씀이 먼저 제 삶을 비추도록 씨름하게 됩니다.
또한 목회자는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프고, 누군가는 시험 가운데 있으며, 누군가는 믿음이 흔들리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은혜를 사모합니다.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품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제 자신의 필요보다 하나님 나라와 성도들을 위한 기도가 더 커져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생각해 보면 설교를 준비하는 일도,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도 결코 가벼운 책임은 아닙니다. 그러나 바로 그 부담 때문에 저는 말씀 앞에 머물게 되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결국 저를 하나님께 가장 가까이 이끄는 것은 편안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역입니다.
예전에는 목회를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목회라는 사명을 통해 저를 끊임없이 당신 앞으로 부르시고 계셨습니다. 말씀을 들어야 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하며, 그분의 도우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날마다 배우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태복음 11:30)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가벼움은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메는 짐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은 때로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 사명을 통해 우리는 주님을 더욱 의지하게 되고, 그분과 더 깊이 동행하게 됩니다.
이것은 비단 목회자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저마다에게 사명을 맡기십니다. 가정을 돌보는 일, 교회를 섬기는 일, 일터에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일, 자녀를 양육하는 일까지 하나님께서 맡기신 모든 책임은 우리를 하나님께 조금 더 가까이 이끌고,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게 하며, 그분의 마음을 조금씩 닮아 가게 합니다.
혹시 지금 맡겨진 사명이 무겁게 느껴지신다면, 그것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하는 은혜의 통로는 아닐지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편안함 속에서만 자라게 하지 않으십니다. 때로는 우리에게 거룩한 부담을 맡기시고, 그 부담을 통해 당신을 더욱 의지하도록 이끄십니다.
어쩌면 훗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우리가 가장 감사하게 될 것은 편안했던 시간들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 주셨던 그 거룩한 부담이었음을 고백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하나님께 가까이 이끄는 그 부담은, 결국 가장 복된 자리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