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제77회 동부노회 정기노회와 노회원 가족수련회에 다녀왔습니다. 아내는 직장에서 휴가를 낼 수 없어 이번에는 저 혼자 참석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토론토 시찰에 속한 목사님 세 분과 사모님 한 분과 함께 차를 타고 노회가 열리는 뉴욕주 이타카(Ithaca)로 출발했습니다. 저는 401번과 6번 하이웨이가 만나는 지점에서 합류했습니다. 보통 필라델피아나 뉴저지에서 노회가 열리면 혼자 10시간 넘게 운전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토론토와 뉴저지의 중간쯤 되는 이타카에서 열려 거리가 훨씬 가까웠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목사님과 한 차를 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니 다섯 시간의 길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첫날에는 각 지역에서 오신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노회장의 인도로 성찬식과 함께 개회예배를 드렸습니다. 요한계시록 2장 8-10절의 말씀을 통해 주님을 위해 헌신하되 죽도록 충성하자는 말씀을 들으며 저 자신도 다시 한번 목회자로서의 헌신을 다짐했습니다.
예배 후에는 노회 회의를 통해 여러 행정적인 안건을 처리했습니다. 회의를 모두 마치니 거의 밤 10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회기에 노회 부서기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맡겨진 자리에서 노회와 교회들을 잘 섬겨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이타카의 아름다운 호수와 작은 폭포 주변을 함께 산책하며 교제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뵙는 분들도 있어서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교회와 목회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는데, 저는 제가 섬기고 있는 가정교회에 대해서 소개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코넬대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아름다운 캠퍼스를 둘러보고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제가 지금까지 가본 대학 식당 중 가장 크고 음식도 아주 좋았습니다. 미국 대학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식당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괜히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노회에서 제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유명한 대학이나 아름다운 자연보다 사람들과 나눈 교제였습니다. 스크랜튼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이 직접 콜드브루 커피를 만들어 작은 통에 담아 목사님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셨습니다. 제가 감사하다고 하면서 “우리 교회 목자님들과 이번 주 초원모임 때 함께 나누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려면 하나 더 있어야겠네요” 하시면서 한 통을 더 챙겨 주셨습니다. 작은 커피 한 통이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참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을 먹고 다시 토론토 시찰 목사님들과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의 대화는 갈 때보다 훨씬 깊어졌습니다. 이틀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마음이 조금 더 열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각자 어떻게 사모님을 만나게 되었는지,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았는지, 목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겪고 있는 목회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심지어 신학교 시절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까지 나누었습니다.
시찰회의로 인해 모였을 때는 서로의 그런 모습을 깊이 알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수련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또 한 차를 타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동역자가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다른 목사님들도 비슷한 마음이었나 봅니다. 이번에 함께 오지 못한 사모님들까지 다음에는 모두 함께 모여 식사하며 교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러면 이번 가을에 우리 집으로 오십시오. 제가 고기 바비큐로 대접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모두 기뻐하며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워터루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저녁시간이었고 토론토로 가는 길도 막힐 시간이었습니다. 오는 길에 “여행 중에는 역시 라면이 제일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나 급히 밥을 하고 라면을 끓였습니다. 목사님들이 너무 맛있다며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뒷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고추와 호박을 따서 나누어 드리고, 깻잎도 “원하시는 만큼 따 가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깻잎을 따고 채소를 받아 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덩달아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