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때(1) – 양윤정 목자(구자랏 목장)

마가복음 4:26-29

안녕하세요, 저는 구자랏 목장의 목자 양윤정입니다. 저는 작년 1월에 구자랏 목장을 개척하여 목자로 헌신하였는데요. 그때 당시에 저는 비쉬켁 목장의 목원이었고, 또 다른 목장에서 파송목원을 한 명 파송 받아서 둘이서 목장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분가도 아닌 개척으로 목장을 세워서 목자를 하기까지 수많은 고민도 있었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많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마 우리 교회에서 목장을 제일 많이 옮겨 다닌 사람일 거에요. 예전에 성주용 형제가 목자로 섬겼던 북한선교 목장에서 지금의 하노이 목장인 이스탄불 목장을 상우 목자님과 함께 개척을 도왔고요, 그렇게 한번, 그리고 이스탄불 목장에서 분가해서 비쉬켁 목장으로 함께 섬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구자랏 목장 개척 이전에 저는 세 개의 목장을 거치게 되었는데요. 목원으로 있으면서 목장 사역에, 그리고 영혼 구원에 대한 갖고 있었던 마음과 달리 적극적으로 목장 사역을 동역하는 것이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목자 목녀님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사실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목자 목녀님에겐 나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고, 그들도 나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지 않아 보였고, 오히려 도움을 주려 할 때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를 향한 배려였겠죠. 저는 요리를 도와준답시고 부엌에 들어가면 오히려 사고를 치고 나오는 친구였고요, 그렇다고 목장에서 제일 필요로 한 라이드 봉사는커녕 집이 제일 멀어서 목자들은 물론 VIP들한테까지 라이드를 섬김받고 그러던 친구였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연락을 잘할 줄 아는 친구도 아니었고요, 내가 가진 은사가 뭘까 하면서 최소한의 것이라도 하자, 불러준 자리를 지켜내는 것만이라도 잘하자고 생각하면서 저에게는 조금 힘겨운 목원으로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름 교회에서 리더를 하며 함께 사역팀장으로 가까이 사역하는 사람들이 제 목자 목녀다보니 그들이 저를 섬김을 줘야 하는 대상으로 다가와도 부담스러웠고, 그렇다고 사역하다 지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딱히 마음놓고 털어 놓을 대상이 없다고 징징대는 저는 정말 까탈스러운 목원이었기도 했습니다. 목자 목녀도 똑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고, 가뜩이나 그들도 힘들어하는데 내가 더 짐을 짊어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목사님께서 개척 목장을 제안하셨어요. 저는 그동안 여러 목자들을 가까이서 봤던 사람으로서, 목자는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무겁고 무거운 자리구나, 나는 저렇게 사람들 비위를 맞춰 줄 자신이 없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이 제안하셨을 그 당시에 저에게도 마음 가운데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고 싶은 VIP가 있었고, 그 당시에 제가 유초등부 팀장으로 있으면서 함께 사역했던 교사 중에 한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도 정말 꼭 전도하고 싶은 VIP가 있다고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일이라 이 자리에서 다 나누지는 못하지만, VIP를 목장에 데려가는 것이 아닌 개척을 해서 초대를 하면 조금 더 좋을 것 같다라는 지혜를 주신 것 같았어요.

목자 목녀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 그 친구에게 함께 목장을 개척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고 함께 기도를 하며 10월부터 그 친구와 함께 비공식 목장 모임을 하며 개척 준비를 했습니다. 비공식 목장 때도 알고 지내던 VIP를 초대해 셋이서 모임을 갖곤 했는데요, 그렇게 새해가 되어 공식적으로 목자로 임명받고 목장을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개척을 준비하는 동안 함께 개척한 목원이 품고 있던 VIP를 목장에 데리고 나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함께 기도했고, 그 친구가 교회에 많은 분들께 함께 기도해달라고 기도 부탁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개척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그 친구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VIP인 친구가 교회를 가보고 싶다며 먼저 친구에게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쉽게 교회에 그리고 목장에 데리고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요, 그 기회를 통해 그 VIP 친구는 지금까지 목장에 잘 출석하고 있습니다.

제가 목자를 헌신하고 가졌던 열정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그때가 마침 새해라 화이팅이 아주 넘쳤습니다. 그 당시에 세겹줄 기도회도 했었는데요, 수두룩하게 적은 목장 기도 제목을 놓고 열심히 기도하며 힘찬 출발을 하곤 했습니다. 그때 당시 적었던 기도 제목들을 나누자면, 한해 목장 잘해나갈 수 있도록, 5월 학기에 민정이가 생명의 삶 들을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제니가 생명의 삶을 들을 수 있도록, 민정이가 교회 정착할 수 있기를, 9월에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올 테니까 그때 주희와 제니가 함께 같이 분가, 주희가 분가해서 나가면 예비 목자가 사라지니 또 다른 예비 목자가 세워지길, VIP를 한 학기에 한 명씩 목장에 데리고 오길 등등 이걸 들으시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기도는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그 말 하나 믿고 목회의 야망을 품으며 그렇게 목장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목원이었으면 결코 느껴보지 못했을 열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목원으로 목자 목녀 그늘에 있을 땐, 목장에 있는 VIP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의 VIP라고 말은 하지만  목자목녀의 VIP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삶에서, 우리는 영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배웁니다. 목자가 되었기에  VIP를 향한 영혼 구원의 마음이 풍성해졌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것처럼 영혼의 무게감도 짊어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맡겨진 영혼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열정과 영혼의 부담감 그사이에서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이게 무슨 일인지 목장 모임을 한 학기도 하지 못한 채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목장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저와 함께했던 목원들은 모두 한국의 본가로 떠났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고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어느덧 1년 6개월째 온라인으로 모임을 하고, SNS로 심방하며, 배달 앱으로 음식을 나누고 있는 벌츄얼 목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세웠던 기도 제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을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시지 않았고, 그렇게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 또한 1년 6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다음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