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짐과 내려놓음 – 서윤주 사모

지난주 주보의 제일광장을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제가 남편의 치핵 제거 수술 후 수술 부위가 터지면서 일어난 위기 상황과 그 상황을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 글의 제목은 “꿈꾸었던 병원 생활”이었지요. 조금 놀라긴 했지만, 기적적으로 출혈도 멎었고, 최소한으로 아프지 않고 병원 침대에서 굴러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남편이 아픈 바람에 옆에서 돌봐주며 내 꿈도 이루었고, 간증 거리도 많이 생겨 감사하며, 깨달은 것들을 나누면서 사람들에게 “도전받고 은혜받았다”라는 칭찬도 듣고….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긍정과 감사의 스피릿으로 충만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선물 상자를 만들어 감사를 전하고 산타 같다는 말까지 들으며 축제하듯 퇴원했지요. 그런데 퇴원한 당일날 수술 부위가 또 터져서 다시 병원으로 와야 했습니다. 의사가 이번에는 재수술을 통해 터진 부분을 봉합하는 지혈 수술을 했다고 했습니다. 흠.. 저는 또 머리를 굴리며, ‘이 일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내었습니다. 최강 긍정 파워로 감사 거리를 찾고 또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주변에 VIP들, (십자가 사랑을 경험하지 못해 구원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모르는… 그래서 하나님이 가장 관심을 갖고 섬기라고 하신 사람들 “Very Important Persons”)이 많아서 혹 그들이 시험에 들까.. 신경도 많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영혼 구원을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하고 기도하라는 뜻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치료를 위해 금식해야 하는 남편과 함께 저도 같이 금식까지 하며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회복되어 퇴원하기 전날, 저는 예정대로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남편이 없는 동안 교회와 가정을 돌봐야 하는 사명감에 충만하여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의 To-Do list를 가득 안고… 갈아타는 시간까지 총 29시간의 비행 여정 끝에 집에 돌아와 간신히 자다 깨다 하는 중에, 목자들 단체 카톡방에 남편이 기도를 부탁하며 올려놓은 메시지를 보았습니다. “퇴원했는데, 다시 피가 터져서 병원으로 돌아와 3번째 수술을 방금 했습니다. 통증을 극복하고 치유되도록 기도해주세요.”

세 번째 터졌다는 소식에 저의 반응은, 처음엔 놀랐고… 그 후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게 뭐지?, 이제 하나님 뜻 충분히 알았는데, 뭘 더 원하시나?’ 남편과 통화를 하면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자들 카톡방에 이런 기도 부탁은 좀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나님 뜻을 잘 모르겠는데, 무작정 이런 내용을 올리면 목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겠냐고… 어느 정도 우리 안에서 정리가 된 다음에 은혜로운 깨달음과 기도 제목을 올려 줘야 하지 않느냐고…”

그때 남편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우리의 영적 교만이라고.. 우리가 뭘 알겠냐고.. 겸손히 낮아져서 어린 학생들에게까지도 우리 자존심과 체면 다 내려놓고 기도를 요청하고, 하나님께 매달려야 한다고.. 또 터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원망하지 말고 끝까지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을 더욱 사랑하라고…”

남편과 통화를 끝낸 새벽 6:35에 목자들 카톡방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교회로 향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터졌을 때는 우리 머리로 해석하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답을 얻어 감사하며, 두 번째 수술을 통해 더 잘 치료가 되었다고 기뻐했는데, 3번째는.. 답을 모르겠습니다. 지금 교회로 갑니다. 새벽기도를 열겠습니다”.

교회에 가서 혼자 기도하면서 참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혼란스러웠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의 최강 긍정 파워와 감사의 스피릿이 잠잠해지며 좀 짜증도 났습니다. 성도들과 주위의 VIP들에게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리가 기도만 하고 의료 지식도 없이 사후 관리를 제대로 못 한 탓이라고… 그래서 간병해주시는 친정엄마에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2주가 되든 3주가 되든 완전히 상처 부위에 새살이 돋기까지 퇴원하지 말고 병원 케어를 받게 하라고..”  남편에게도 그렇게 하기로 다짐받고 마음에 안심이 좀 되었습니다. ‘이제는 괜찮겠지..’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아직 한국에 다녀온 가방도 못 푼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 단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 2:30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순간적으로 불길한 마음에 깜짝 놀라 전화를 받으니 친정어머니께서 다 죽어가는 소리로, “김 서방이 또 피가 터져서 수술실로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심상치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유언 같은 말까지 남겼다면서… “내가 이대로 가더라도 하나님 원망하지 말고 하나님을 잘 믿으라고, 우리 유성이 혜성이와 가족들이 하나님 믿고 구원 얻으면 이대로 천국에 가더라도 춤을 추며 갈 수 있다고…“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도 요청을 보내기보다 그 자리에 저 자신이 하나님 앞에 엎어졌습니다. 이제는 긍정 파워도 힘을 잃고 답을 찾기에 짜낼 머리도 없고, 그래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묻기보다 그냥 하나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자신의 죄를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영적 교만과 하나님 말씀에 대한 불신과 크리스천이라는 아이덴티티에 대한 자존심과 내 가진 것을 붙들고 놓지 않고 있던 욕심과 중보기도의 책임을 등한시 한 것과 기도를 게을리한 것과 구원받지 못한 영혼들을 보면서도 크게 애통함도 없이 그저 나이스하고 젠틀하게 바라만 보며 기다려만 주던 무감각함과 우리 자녀들에게도 부지런히 말씀을 가르치지 않은 무책임함….. 가슴을 치며 회개하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또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와 회개로 예수님 은혜 붙들고 끝까지 믿음으로 굳게 서도록 기도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남편은 그동안의 출혈이 심해 수혈까지 받아야 했는데, 수혈을 받는 중에도 진통제를 함께 투여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일어나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위기를 잘 넘기고 이제 다시 원래 수술했던 병원으로 돌아왔고, 누구의 피인지 모르지만 새 피로 채움을 받고 기력이 많이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예수님 흘려주신 보혈의 은혜를 더욱 감사하는 시간입니다.

한국에 의료보험도 없는데, 모든 의료 비용은 응급실 치료비와 앰뷸런스 비용까지도 수술했던 병원에서 다 부담해주시고 특별 케어를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간호사 중 한 분이 남편에게 “혹시 목사나 선교사 아니냐?”고 묻더랍니다. 간호사분끼리 얘기하면서 모두 왠지 특별한 느낌이 든다고, 분명 목사님이나 선교사님일 것 같다면서…” 남편은 자기가 이 아픈 중에도 하나님 이름에 영광 가리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보여서 감사하다고 합니다.

언제 또 터질지 모르지만, 끝까지 믿음과 감사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길 기도해주시고, 정말 감동할 만큼 최선을 다해 주고 계시는 의료진들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