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었던 병원 생활 – 서윤주 사모

한국에 방문차 들어 온 지 2주가 지났네요. 어머님 구순 (90th birthday) 잔치하러 포항에 내려갔다 올라오자마자, 남편이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치질 진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했는데, 이미 3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약물 치료는 증상을 완화할 뿐이고 수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성공적인 수술에 대해 확신에 찬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수술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출국 일자를 고작 2.5주 앞두고 있었기에 비행기를 타도 될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면 2주 정도 후에 비행기를 타도 된다고 하여 수술을 결정하고, 바로 그 다음날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많은 분이 기도해주셔서 수술도 잘 되었고 회복도 잘 되어, 출국하기 전에 포항에 계신 어머님을 한 번 더 뵙고 갈 수 있겠다 싶어 목요일 아침에 내려가기로 KTX를 예약하였습니다. 그런데 포항 내려가기 바로 전날 밤에 갑자기 피를 3번 연이어 쏟아 병원에 전화해보니, 당직 간호사가 “수술했던 부위가 터진 것 같다 빨리 지혈해야 하니 가까운 응급실로 가라”고 해서 부랴부랴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하루 전날, 친정 부모님 집에 수도꼭지 고쳐드린다고 싱크대 밑에 들어가서 일했는데, 결국 수술 부위가 터져버렸나 싶었습니다. 수술도 잘 되고 경과도 좋았었는데.. 수술 후에는 무거운 것을 들거나 무리하면 안되기 때문에 제가 말렸지만, 컨디션 괜찮다고 하면서 수도꼭지를 고치셨지요.

밤 12시에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접수를 하러 원무과에 가고 남편은 화장실로 가셨는데, 나중에 휠체어에 실려 축 늘어진 채로 들어 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함께 운전해서 동행해 주신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피를 쏟고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실려 들어간 후에 보호자 대기실 안내판에, 김성은 54세 남자— “집중치료실 (Intensive care)”이라는 현황 안내를 보고, 저는 제일 먼저 우리 목자들 단톡방에 긴급기도 요청을 올리고, 목회자 모임과 여러 지인에게 기도 요청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많은 분이 기도하겠다는 메시지들을 보내오셨고 저도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도 걱정이지만 친정 부모님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내가 괜히 수도꼭지 문제를 얘기해서 김목사가 이 지경이 됐으니 어쩌냐..”고 마음 아파하시는 어머니… 만약 남편이 이대로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평생을 자책감에 마음고생하실 어머니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 저희 엄마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김목사 죽으면 우리 엄마도 못 삽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있는데 새벽 3시쯤, 수술을 했던 인천**병원에서 전화 연락이 와서, 수술 집도한 원장 선생님이 응급 출동하려 대기하고 계시니 앰뷸런스를 타고 인천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앰뷸런스에 지혈제를 링거 주사로 꼽고, 사이렌을 울리며 모든 신호를 무시하고 초고속으로 달려 인천 병원으로 이송이 되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또 피를 쏟았는데, 간호사가 보고는 출혈이 멎은 것 같다고.. 피의 색깔이 검은 것을 보니 아까 고였던 피가 나온 것 같고 더 이상 출혈은 진행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응급실에서 긴급기도 요청을 한 시점부터 출혈이 멎은 것이었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그런데, 곧 제 마음에는 의심과 원망이 찾아왔습니다. 하나님이 애초에 치질도 안 걸리고 수술했던 자리도 안 터지게 해주실 수는 없으셨을까? 왜 굳이 이렇게 쌩쑈를 하고 나서 피 멎은 걸 감사해야 하는 걸까????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면회를 허락하지 않는 병원 정책 때문에 일주일 전에 수술했을 때는 입원실 코앞에도 못와봤는데, 이번에는 보호자 간병을 허락하여 저도 같이 입원실에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2인 병실에 다른 환자를 배정하지 않아 저도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편히 쉬며 간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오느라 여벌 옷도 안 챙겨와서 갈아입을 옷이 없어 환자복까지 얻어 입고 병원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전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 때 병원에 입원해 침대에서 굴러보는 게 소원이었기에 어떻게 하면 가장 안 아프고 입원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었으니 정말 꿈의 시간을 보내는 셈이지요. 이렇게 고립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뒹굴거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예정대로 아침에 포항 내려가는 KTX에서 터졌으면 어쩔뻔했나… 그보다, 캐나다 가는 비행기에서 터졌으면 정말 큰일 날뻔했겠다… 만약 캐나다에 도착해서 터졌어도 수술 집도하지도 않은 캐나다 의사가 뭘 어쨌겠나… 정말 대책 없었겠다…. 한국으로 다시 올 수도 없고… 허걱!

인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피를 쏟았을 때, 같이 나온 참외 씨를 보고 간호사가 물었습니다. “참외 드셨어요?” “네, 왜요? 변비 걸리면 안 된대서 과일 열심히 먹었는데요…” 이유인즉, 과일을 많이 먹으면 장이 자극되어 수술 부위에 압력이 가해지므로 봉합 부위가 터질 위험이 높은데, 참외가 제일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캐나다에서 먹기 힘든 귀한 참외를 실컷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ㅜㅜ

워낙 과일을 좋아하셔서 다니엘 금식을 너무 사랑하는 남편, 다니엘 식단으로 세끼를 다 먹으면 금식이 아니라 특식이라고, 그나마 두 끼는 아예 아무것도 안 먹고 한 끼만 과일을 먹을 정도였고, 평소에도 하루에 한 끼는 밥 대신 과일을 먹었으니.. 이런 식습관을 계속 유지했다면 장이 온전하지 못했겠지요!

예수님 믿고 구원받는 건 믿어도, 이런저런 일로 기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하나님 뜻대로 될 거 기도는 뭐하러 하냐”던 친정어머니는 자기가 수도꼭지 불편하다고 얘기한 것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죄책감에 밤새워 회개하며 기도하셨습니다.

수술 자리를 봉합하지 않고 출혈이 멎는 기적이 일어났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 모든 일을 아시고 개입해 주셔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있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베스트 타이밍에 베스트 장소에서 터지게 하시고 베스트 서비스를 받게 하심을 감사하며, 가장 경미한 질환이나 부상으로 입원해서 침대에서 굴러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남편 덕분에 꿈이 이루어졌다며 좋아 죽는 저의 감사 찬양을 들으시면서, 사방팔방에서 김목사 위해 기도해주고, 사랑과 섬김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은혜라고 말하는 저에게… 엄마는 본인 입으로, “너희를 보면 정말 하나님이 살아서 기도를 들어 주신다는 게 보인다”라고 고백하시더군요! 남편이 쓰러진 이후로 “핵인싸”이신 우리 엄마는 사방팔방 VIP 가족 친지들에게 저의 간증을 전해 주고 계시네요 ㅎㅎ

기차 안에서든 비행기에서든 캐나다에 돌아와서도 수술 부위가 터지지 않고 잘 회복되기를 기도했는데, 왜 터졌지? ?…

당황했지만, 이 일을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해봅니다.

의사는 완전히 수술 부위가 아물기까지 출국을 연장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남편은 한국에 더 머무르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일을 통하여,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도 고치게 하시고, 기도의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엄마를 기도하게 하시고, VIP들에게까지 하나님의 은혜와 역사하심의 간증이 전해졌으니.. 이번 일을 통해 VIP 가족들에게 뿌려진 구원의 씨앗이, 김목사님이 연장해서 한국에 더 머무는 동안, 자라나 열매 맺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남편은 하나님이 하셨던, 하시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하실 일들에 대해 성도님들에게도 나누겠다고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COMING SOON!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