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체크리스트를 사용해보세요

지난해 말에 어떤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당뇨 진단키트를 사용해 피검사를 했습니다. 식후 2시간이 지난 다음의 혈당이 7.8이 나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번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당뇨에 관해서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가족 중에 당뇨를 가진 사람들이 없었기에 저는 당뇨병에서는 안전하다고 평소에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참석한 분의 지인 중에 당뇨병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당뇨병에 걸리면 어떤 증상과 문제들이 생기며 합병증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앞으로는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실망감과 함께 내심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나? 아예 음식을 반으로 줄여야 할까? 어떤 운동이 좋고 어떤 운동은 피해야 하는지? 등등 알아본다고 부산을 떨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미 당뇨병 환자가 된 것처럼 굴었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한번 검사한 것으로 확정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했는데 5.7로서 당뇨병 전 단계인 At Risk로 나왔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하지만 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조절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뇨가 무엇이며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떻게 해서 발병하는지, 당뇨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고 해야 하는지에 관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을 찾아보고 그것을 생활에 실천해 보았습니다. 당뇨를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한 중에서 초기에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당뇨 진단키트를 구입해 매일 2번씩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진단키트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어떤 것이 도움이 되고 얼만큼 효력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모호했습니다. 그냥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겠다는 정도의 생각을 했습니다. 진단키트를 사용하여 체크 하면서부터는 어느 음식을 얼마만큼 먹었을 때의 변화를 알 수 있었기에 음식을 가려 먹기 시작했습니다. 운동과 쉼이 영향을 끼치는 정도를 파악하고서 필요한 만큼의 운동도 하고 취침 시간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관리한 결과 지금은 당뇨 수치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당뇨 키트를 사용하는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하면서 든 생각은 신앙 건강을 위해서도 점검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있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삶을 살다 보면 어느덧 세속의 병에 나도 모르게 빠질 수도 있고, 다시 돌이켜 건강한 신앙을 회복하기에는 무척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을 진단하기 위한 진단키트, 또는 체크리스트를 찾아보았습니다. 가장 단순하게 하루 성경을 몇 장 읽고 기도는 몇 분하며 감사는 몇 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정해 놓고 매일 점검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또는 예배, 교제, 말씀, 실천 등의 항목을 세워 두고 매일 체크하면서 자신의 신앙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화를 억제하기, 교만한 태도를 하지 않기, 이웃에게 도움 주기 등 구체적으로 체크할 수 있게 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제 눈길을 끈 것은 A.W. 토저가 쓴  [나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6장에 나오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자가 진단법 7가지’였습니다. 글을 읽는 성도들에게도 유익할 것 같아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A.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스스로에게 “당신 자신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묻고 답해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B. 당신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생각들은 ‘마음의 은밀한 보물’ 주위에 모여들기 마련입니다. 당신의 생각들을 끌어당기는 바로 그 보물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냅니다.

C. 당신은 돈을 어떻게 쓰고 있습니까?

생필품을 사기 위한 것이나 세금을 내는 필수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돈을 쓰는 것은 자신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윳돈이 생겼을 때,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냅니다.

D. 당신은 여가를 어떻게 보냅니까?

생업에서 벗어난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E. 당신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습니까?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끌리기 마련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을 때 찾아가 만나는 사람을 통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줍니다.

F. 당신은 누구를 존경하고 어떤 것에 열광합니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동경하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G. 당신은 무엇을 보고 웃습니까?

하나님과 관계된 것에 대해 경솔하게 농담하고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거룩하고 경건한 삶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는지 아니면 웃고 넘기는 것인지를 파악한다면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개인 신앙의 성장과 회복, 그리고 유익을 위해서 어떤 형태이든 본인에게 맞는 신앙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무작정 생활하는 것보다는 분명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