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잘 믿는 가정되게 하소서

지난주 토요일 (5/7)에 저의 어머니 구순 잔치를 가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나 이웃 사람들은 초청하지 않고 직계 가족만으로 했습니다. 부모님 밑으로 직계 자손이 54명인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빠진 사람 외에 45명이 모였습니다. 조카 손주들 중에 몇 명은 형제들을 통해 소식만 듣고 제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만나지 못했다가 이번에 처음 만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가족이어서 그런지 서먹서먹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느낌 없이 빠르게 서로 친밀함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한 것은 손자사위 며느리까지 54명 전원이 모두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족이 처음 복음을 접한 것은 1900년경 합천 가회에 사셨던 증조할아버지께서 호주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듣고 장대교회를 세움으로 시작됐습니다. 일본 제국의 교회에 대한 박해 때문에 증조할아버지께서는 피신을 떠나셨고, 그 교회는 문을 닫았습니다. 그 당시 저의 할아버지의 가족들이 의령으로 이사하게 돼 그곳이 저의 고향이 됐고, 그곳에서 교회를 세운 것이 저의 모 교회가 돼 저의 신앙이 자라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구순 잔치는 하나님을 예배함으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기억하는 것으로서, 매우 허약하셨던 어머니의 기도 제목 중의 하나가 막내아들인 저를 장가보내기까지는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어느덧 저의 아들이 결혼할 나이가 가까운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게 해 주심에 대한 깊은 감사의 예배였습니다. 형제들이 여덟 명인데, 그중에 다섯 명이 목회자/사모이고 세 명이 장로/권사이다 보니 네 명이 예배 순서를 하나씩 맡았고, 나머지는 2~4부 행사의 진행을 맡았습니다. 막내인 저는 구순 잔치 전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예배의 사회를 맡았습니다.

2부 순서로 큰절을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맏형님 가족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여덟 번째인 저의 가족까지 차례대로 큰절을 하며 축하금을 드리기도 하고, 할머니는 증손자들에게 절값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자녀들의 하례에 대한 답으로 어머니에게 마이크를 드려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을 하도록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자신의 말씀을 대신하셨습니다. 그 기도를 요약하면 자녀들이 모두 예수님을 믿게 해 주신 것에 대해 가장 큰 감사를 드리면서 앞으로도 신앙생활 잘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고, 자손 대대로 하나님을 잘 믿도록 인도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도는 어머니가 늘 하신 평소의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이어서 가족별로 미리 영상을 찍어 편집하여 만들어 둔 것을 화면에 띄워 한 사람도 빠짐없이 어머니에게 감사와 축하 인사를 했습니다. 그 영상을 보면서 가족마다 빠지지 않고 공통되게 감사한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신앙의 유산을 물려준 것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소중함을 몸소 가르쳐 주신 것은 그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삶을 통해 보여주신 신앙이 자녀들과 손주들의 삶에 열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3부는 식사와 교제의 시간을 가졌고, 4부는 다섯째 누님의 진행으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레크리에이션을 했습니다. 그리고 선물을 나눠 갖고 서로에게 축복을 빌어줌으로 공식적인 모임은 끝났습니다. 그 이후에도 삼삼오오 둘러앉아서 대화의 꽃을 피우며 하루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족으로서, 그리고 믿음의 가족으로서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주일은 포항에 있는 합덕교회에서 설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 오후에 치질 수술을 한 후 현재 처가댁에서 회복 중입니다. 수술은 잘됐다고 합니다. 기도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곧 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모두 주 안에서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